[조원경칼럼]간호사는 병원에서만 일해야 할까?

“간호사, 어디서 일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긴, 병원에서 일하지.”라고 말하며 오히려 질문자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호사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진로 수업 시간의 일이다. 학생들이 종이에 적어 낸 장래희망을 살펴보니 마치 정답이 있는 듯, 대부분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쉽게 떠올리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희망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적은 이유중에는 특히, 병원에서 본 간호사의 친절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많았다.

비단 진로를 앞둔 고등학생들뿐 아니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운을 입고 미소 짓는 간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한번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되길 꿈꿔 본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간호대학 재학 당시에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꿈꿨다. 남들이 우러러 보는 큰 대학병원에서 그 타이틀을 목에 걸고 멋지게 일하고 싶었다.

물론 처음 입학할 당시에는 간호사보다는 보건교사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대학 생활에 익숙해지고 간호학 전공 공부와 임상실습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레 대학병원 간호사를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병원이라는 곳에서 근무를 하고보니 세상에는 병원 외에도 많은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임상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일과 병행하면서 보건직, 간호직 공무원에 한 번쯤 눈을 돌린다. 또한 보건교사 임용고시도 교직 이수를 한 간호사들은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무원 쪽으로 관심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당연히 3교대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결혼전에는 3교대를 ‘그래도 할 만하다’라고 말하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하자 3교대를 버거워했다.

일정하지 않은 근무 스케줄 때문에 육아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이트 근무 때에는 밤새 엄마를 찾느라 잠을 자지않는 아이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육아맘을 위해서 요즘 준 종합병원급에서는 데이킵(오전 7시 30분~오후 3시 30분) 이나 스프린트킵(오전 9시~오후 5시)의 간호사 자리도 많이 생겨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워킹맘으로 간호사의 교대근무를 감당해 내기에는 많이 힘든부분이 있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보니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와 직결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간호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병원임상은 간호사에게있어 ‘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호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모습이고, 간호사면허증을 가지고 일하는 간호사 중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간호사면허증 하나로 다양한 분야에 취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임상경력 1년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면 종합병원급 이상의 1년 경력을 가지는 것이 나중에 다른 진로를 설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처음에 대학병원에 입사한 후, 3개월도 채되기 전에 임상은 나와 맞지 않은 곳이라 여겨 퇴사를 했다. 그 후,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 회복을 위해 의원급 병원에서 일을 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고 그렇게 재도전하여 4년 만에 다시 대학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대학병원에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것은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살아가려면 최소한의 임상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병원 근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병원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간호사를 원하고 있으므로 어디든 내가 맞는 분야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 보험회사에서도 심사간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제약회사의 연구간호사, 기숙사의 보건사감, 놀이공원의 의무실에서도 간호사를 필요로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간호사를 원하고 있으니 병원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한 번쯤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몇 년 안에 없어지는 직업이 수도 없이 많아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그렇기에 병원에만 머무르는 간호사만 생각하기 보다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분야의 간호사 업무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임상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다면 주어진 자리에서 더 열심히 잘하면 된다. 억지로 잘맞는 임상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곳을 찾는다면 다른 분야의 간호직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경력을 더쌓거나 필요한 공부를 하며 준비하는 것이 시간을 버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지인 J 간호사는 나와 함께 대학병원 내시경실에서 근무를 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 병원에서 똑 부러지게 일을 했을 뿐더러 평생 임상에 있을것 같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역시나 육아의 문제였다. 내시경실 에서 병동으로 로테이션 되면서 3교대를 하면서는 도저히 두 아들을 양육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연히 보험회사에서 간호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합격하여 이직을 하였다. 처음에는 생전 처음 해보는 업무라 힘들기도 했지만 조금씩 일에 적응하고 있으며 3교대를 하지 않아도 되니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에는 더 수월해졌다고 한다.

간호사로서 어디에서 일을 할지는 본인 스스로 결정 해야 한다. 남들이 병원에서 일하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다면 버티기보다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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