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간호사 기본법(11)_현행 의료법의 간호업무 역할 규정 문제점

박영옥 기자 승인 2020.06.23 00:00 | 최종 수정 2020.06.24 16:34 의견 0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다. 현행 의료법은 다변화한 간호 업무 수행에 혼란을 일으킬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 시 간호사들이 행하는 의료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간호업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경미한 진료행위, 투약, 주사, 교육, 증진, 예방, 상담, 연구, 검체 채취 및 운반, 재활, 조산, 영양관리, 행정관리, 타 기관에의 의뢰 등이 있다. 하지만 국민 건강권 확대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간호사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간호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됨에 따라 간호사의 역할을 정의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도 늘어나 의료법 이외에 학교보건법,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정신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관련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의료법상의 간호사․조산사 규정 외에도 간호사의 업무는 지역보건법의 전문인력, 모자보건법의 모자보건요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응급의료종사자, 국민건강증진법의 영양조사원 및 영양지도원의 업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간호사 업무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간호업무는 관련 법령에 따라 규정하고 있는 업무범위의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법령 해석뿐만 아니라 실제 간호사의 간호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현재 13개 분야의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고 불명확하여 간호사와 전문간호사간의 책임한계에 대한 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5가지로 포괄하여, 그들의 업무 및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법에 해당하는 의료법에서 규정한 간호업무 수행 인력은 간호사, 전문간호사, 조산사, 간호조무사이다. 각 역할에 필요한 면허 요건과 업무 범위 등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업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의료인은 직무에 따른 개별 의료행위를 행하지만, 의료법에서 모든 의료인을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어 상호 간 업무 충돌의 소지가 크다. 또 현행 의료법이 명시하는 의료인의 업무 및 역할이 모호해 병원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 둘은 자격요건이 다른 직종이다. 간호사는 4년제 간호대학 졸업 후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면허를 발급받는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특정학위가 필요없고 면허도 발급되지 않는 비의료인이다.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조무사의 ‘간호보조 및 진료보조’ 업무는 간호사의 ‘진료보조’ 업무 영역을 침범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동일 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두 직종에 대한 개별 요구 면허는 존재하지만, 업무의 경계는 모호한 상태이다.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조항에 따라 의료행위가 포함된 간호사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제3항에서 의료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호사 등의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원이 간호사 대신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를 대체 고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이는 의료법과 그 시행규칙이 상충한데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병원 입장에선 두 직종의 업무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간호사 대신 임금이 낮은 간호조무사를 고용할 경우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

 

모호한 업무영역의 일례로는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실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PA간호사(이하 PA)는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없어선 안 될 핵심 인력이다. PA는 회진, 처방, 봉합,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한다. 간호사도 회진을 돌지만, PA는 의사 영역의 회진을 돌며 직접 처방도 내리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흰 가운만 입으면 의사인 줄 오해하기 때문에 PA인지 의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의료법 제15조 제2항에서 “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응급처치에 관한 간호사의 의무규정은 간호사가 행할 수 있는 응급처치의 종류와 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간호사의 응급처치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될 위험이 있다. PA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채우기 위해 현행 의료법에서 불법과 합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도록 강요받고 있다.

 

국내 간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6.2년으로 외국 평균 18.1년에 비해 1/3 수준이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한 명당 평균 담당 환자수는 미국 5.7명, 노르웨이 3.7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43.6명이다. 이는 간호사의 환자별 소요 시간을 줄여 안전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의료선진국의 중환자실은 간호사 환자 비율이 1대1인데, 우리나라는 1등급 병원이 1대 4로 절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많은 간호사가 근무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고 인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현행 의료법의 한계와 간호사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 개혁을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더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